-
1. 원칙의 의미
명확성의 원칙이란, 형벌 법규가 그 적용 범위와 내용을 일반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국민이 법을 통해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하면 범죄가 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 위법 행위를 사전에 회피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2. 입법자와 사법자에 대한 제한
입법자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형벌 법규를 제정해서는 안 되며, 법원도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 처벌 범위를 넓혀서는 안 된다.
이는 법적 안정성, 예측 가능성, 국민의 자유보장 등을 위함이며, 특히 헌법 제12조 제1항의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규정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3. 명확성의 원칙의 기준
헌법재판소는 명확성의 원칙의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해당 형벌 법규가 “일반인의 이해가능성”을 충족하는가?
- 법률전문가의 해석통일을 통해 객관적으로 범위를 확정할 수 있는가?
- 그로 인해 법 적용자(법원 및 검찰)의 자의적인 해석을 방지할 수 있는가?
즉, 모든 법조문이 수학 공식처럼 절대적 명확성을 가질 수는 없으나,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명확성원칙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 기준>
법조문이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난해해서, 일반인이 자신의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쉽게 알 수 없다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됨.
1. 일반인을 기준으로한 예측가능성
예) “일출 전·일몰 후” 같은 개념은 일반인이 명확한 시각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해 가능성을 결여함【92헌가6】.
2. 법률 전문가의 해석 통일 가능성- 법률 전문가가 조항을 해석하는 데 있어 일관된 판단이 가능하고,
- 판례·학설 등을 통해 해석의 틀이 형성되어 있다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음.
3. 자의적 법집행의 방지 가능성- 법조문이 모호하면 법집행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음.
- 따라서 법률은 그 자체로 객관적인 통제 장치를 내포해야 함.
4. 행위 규율 기능- 형벌 법규는 단순히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전 예방적 기능도 있기 때문에,
- 법이 무엇을 금지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 국민이 위법행위를 회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5. 형벌 법규일수록 더욱 엄격한 명확성 요구- 즉, 헌법재판소는 형사법령이나 국가보안법, 군형법처럼 기본권을 직접 제한하거나 처벌과 직결되는 조항일 경우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명확성을 요구함.
4. 명확성 원칙과 관련된 법률적 해석의 한계
명확성 원칙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만약 법문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면 법원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되며, 이는 결국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형벌 법규의 해석은 가능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해석하는 불리한 해석 금지의 원칙(in dubio pro reo)이 적용된다.
5. 명확성 원칙 관련 판례
1) 헌재 1995.7.21. 92헌가6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위헌 결정)
쟁점: “일출 전·일몰 후”의 야간 집회·시위 금지를 규정한 법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
결정: 위헌
이유: “일출”과 “일몰”이라는 용어는 일반 국민이 알기 어렵고,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달라져 법 적용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사건 개요
해당 조항은 “일출 전이나 일몰 후에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함. 이에 대해 헌법소원청구인이 이 조항이 너무 모호하여 위헌이라고 주장.
판결 이유
- ‘일출’과 ‘일몰’은 과학적으로 규정 가능한 개념이긴 하나, 일반 국민이 정확한 시각을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
- 특히 계절과 장소(예: 동해안과 서해안, 서울과 제주도 등)에 따라 일출·일몰 시간이 다르므로, 일반인의 예측 가능성이 결여되어 있고 법집행자의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크다.
-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판단.
2) 헌재 2001.7.19. 2000헌가13 (군형법 제92조 위헌 여부)
쟁점: "항문성교 또는 그 밖의 추행"이라는 표현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다는 문제
결정: 헌법불합치
이유: 추행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법집행자의 자의적 판단 여지가 커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봄.사건 개요
군형법 제92조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한다는 조항. 청구인은 이 조항이 명확하지 않고 자의적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헌이라 주장.판결 이유
- “그 밖의 추행”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며,
-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일반 군인이 사전에 명확히 알기 어렵다.
- 특히, 군 내부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중요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은 모호하여 인권침해 위험이 크다.
- 입법자의 재정비를 요구하며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림.
3) 헌재 2008.10.30. 2007헌바101 (국가보안법 제7조)
쟁점: “이적표현물 소지”와 “찬양·고무” 등의 추상적 표현
결정: 합헌
이유: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축적된 판례와 학설을 통해 의미가 확정되어 있어 예측 가능성이 충족된다고 판단.사건 개요
국가보안법 제7조는 “이적 표현물을 제작·소지·배포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하는 행위”를 처벌한다고 규정. 이에 대해 청구인은 명확성 원칙 위반을 주장.
판결 이유
- “찬양·고무·선전·동조” 등 표현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 법원이 지속적으로 형성한 판례와 해석 기준이 있어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 특히, 해당 조항은 국가의 안전 보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어느 정도의 추상성은 불가피하다고 인정.
- 따라서 법집행자의 자의적 판단이 통제 가능하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
4) 대법원 2003도2631 판결 (명백성 기준 적용 예)
사안: 모욕죄에 해당하는 “사회통념상 경멸적 표현”의 명확성
판시: 모욕죄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나, 법원이 축적된 해석기준과 판례에 따라 적용하고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사건 개요
피고인이 공무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모욕죄로 기소됨. 이에 피고인은 모욕죄 조항이 “사회통념상 모욕적인 표현”이라는 추상적 기준에 기초해 있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
판결 이유
- “모욕”이라는 개념은 일반 국민이 경험적·사회적 통념을 바탕으로 이해 가능한 범위에 있으며,
- 대법원도 지속적으로 판례를 통해 적용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어 자의적인 판단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 따라서 예측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이 확보되어 명확성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형법정주의와 성문법률주의 : 법률에 의한 처벌의 원칙 (2) 2025.04.16 1. 형법 서론 (0) 2025.03.31